[사진=소니 인터렉티브 코리아]
[사진=소니 인터렉티브 코리아]

갓 오브 워 시리즈는 신화속 세계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스파르타의 망령(Ghost of Sparta)’ 크레토스가 펼치는 모험을 그린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산하의 게임 개발사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의 게임이다. 이번 작품인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시리즈 5번째 작품으로,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아들인 아트레우스와 펼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는 지난 9일 글로벌 출시 이후 전세계적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 게임 평가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의 점수는 메타스코어 94점(만점 100점)에 유저 평점 8.4(만점 10)으로, 부정적 평가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며 또 다른 평가사이트인 오픈크리틱에서는 평점 94점에 추천도가 98%를 기록해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의 호평에는 멋진 액션과 타격감, 퍼즐과 다채로운 서브 플레이 요소도 있지만, 무엇보다 빠뜨려서는 안될 요소는 주인공인 크레토스와 그 주변 인물들 간의 서사이다. 그리스 신화를 다루었던 1~3편과 달리, 북유럽 신화를 다루는 전작부터는 크레토스와 아들인 아트레우스, 그리고 주면 인물들간의 관계와 이야기 형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의 스토리를 다루면서, 주요 인물들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적어본다. 

크레토스(왼쪽)와 아트레우스(오른쪽) 이번작에서 이들의 부자관계는 좀더 발전한다. [사진=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게임화면 캡쳐]
크레토스(왼쪽)와 아트레우스(오른쪽) 이번작에서 이들의 부자관계는 좀더 발전한다. [사진=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게임화면 캡쳐]

아버지도 아들도 삶을 찾아 성장하다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에서는 전작에 비해 좀 더 발전된 형태로 부자간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한편, 두 사람 모두 엔딩까지 자신의 목표를 찾아 나아가게된 긍정적인 묘사가 나온다. 무론 제작진은 그 과정에서의 갈등과 이를 푸는 장면도 잊지 않았다. 

아트레우스는 사춘기 소년으로 성장하면서 자신의 또다른 이름인 ‘로키’때문에 다가올 라그나로크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헤매고 있었고, 이 때문에 전쟁의 신 ‘티르’의 흔적을 쫒아 크레토스와의 갈등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혼자서의 힘으로 모험을 떠나기도 하고, 초대를 받아 아스가르드로 가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게 아트레우스는 모험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앞으로 해야할 일에 대한 사명이라도 자각한 것인지 엔딩에서 크레토스와 이별하게 된다. 이는 다자란 자식이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완전히 독립하는 것이지만, 그리움과 함께 담담함이 공존하면서 슬프지는 않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크레토스가 아트레우스를 가리켜 Son(아들)이라고 지칭한다. 시리즈에서도 듣기 힘들었던 단어다.

그리고 크레토스 역시 이번 작에서 정신적인 보상을 받았다. 크레토스는 그리스 신화편에서의 행적인 파괴와 살육, 증오로 일어난 비극에 대해 죄책감을 안고 살았는데, 이번 작의 엔딩에서 크레토스는 북유럽 신화에서 아들과 함께한 모험, 그리고 앞으로의 모험을 통해 신으로서 다시 한번 칭송받을 수 있게 되리라는 예언의 벽화를 목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예언은 죽은 아내 ‘페이’가 크레토스를 위해 남겨두었던 마지막 선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작에서는 크레토스의 회상을 통해 아내와의 대화가 자주 등장했었고, 아내 역시 크레토스의 과거를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예언자이기도 했던 라우페이는 죽은 뒤에도 고통받을 남편을 걱정했을 것이다. 해당 예언 자체가 기존 예언의 벽화와는 달리 덧칠 된 형태로 남겨진 것도 크레토스가 구원받길 바랬던 염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는 결론적으로 아들과의 여정에서 이루어졌고, 아들을 떠나보낸 크레토스의 삶의 이정표 역할을 해줄 가능성이 높다. 파괴와 전쟁의 신이 아닌, 처음으로 세상을 수호하는 신으로서 의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해당 예언을 본 직후 크레토스는 처음으로 기쁨에 고양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후속작에서 다루어진다면 정의로운 전쟁의 신이자 북유럽 신화의 아홉 왕국의 수호신으로서의 길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토르(가운데)와 오딘(오른쪽)의 관계는 어딘지 모르게 크레토스-제우스 부자와 많이 닮아있다. [사진=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게임 화면 캡쳐]
토르(가운데)와 오딘(오른쪽)의 관계는 어딘지 모르게 크레토스-제우스 부자와 많이 닮아있다. [사진=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게임 화면 캡쳐]

크레토스의 반면 교사였던 오딘과 토르의 관계

마블 영화로 잘 알려진 북유럽 신화의 토르와 그의 아버지 오딘도 이번 작품에서 등장한다.

그러나 각자 기본적인 상징인 토르의 묠니르와 번개 그리고 넘치는 힘을 휘두르는 이미지와 오딘의 지식의 신이라는 이명과 강력한 마법사로서 모습은 이어받았지만, 두 인물의 모습은 어딘가 뒤틀려있다. 토르는 힘과 능력이 있음에도 주어진 상황을 바꾸지 못해 자조하는 모습으로 난폭하게 힘을 휘두르고, 오딘은 가족을 위하는 것 같이 보여도 결국에는 지식과 예언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의 가족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비정하게 위해를 가한다.

이러한 관계는 전작의 크레토스와 아버지 제우스의 관계의 오마주이자 반면교사로 보인다. 전작의 부자관계였던 크레토스와 제우스 간의 관계도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었고, 크레토스는 제우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토사구팽 당한 끝에 분노가 폭발해 결국 아버지와 함께 그리스 신화속 세상을 멸망시키고야 만다. 

크레토스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토르에 비춰본 듯하다. 토르 역시 아버지인 오딘에게 이리 저리 끌려다니고 있었고, 자식들마저 장기말처럼 이용당하는 상황인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전투때 보여주는 난폭한 성품은 억눌려왔던 것에 대한 분출인지도 모르겠다. 

크레토스는 작품 내내 토르와 마주칠 때마다 그에게 가족을 마주보라 설득했고,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토르는 가족들을 생각해 묠니르를 내려놓게된다. 그러나 이미 때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고, 토르는 결국 아버지의 창인 궁니르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된다. 오딘 자신도 그 직후 크레토스 부자와의 싸움 끝에 영혼석에 봉인됐다가 파괴되어 부자관계는 비극으로 끝나게됐다. 다만 이러한 토르의 의지를 아내인 시프와 딸인 트루드가 제대로 이어받게 되었으니, 어쩌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프레이야는 크레토스가 자신의 아들인 발두르를 죽인 일로 인해 초반에는 그의 목숨을 노리지만, 이후 크레토스와 함께 다니게 되면서 대화를 통해 복수심을 조금씩 누그러뜨리게 된다. [사진=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게임 화면 캡쳐]
프레이야는 크레토스가 자신의 아들인 발두르를 죽인 일로 인해 초반에는 그의 목숨을 노리지만, 이후 크레토스와 함께 다니게 되면서 대화를 통해 복수심을 조금씩 누그러뜨리게 된다. [사진=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게임 화면 캡쳐]

프레이야, 복수심을 잊지 않았다지만

전작의 최종보스인 발두르의 어머니 프레이야가 이번 작에서 변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프레이야는 초기에는 크레토스 부자에게 복수심에 불타는 모습으로 목숨을 노리지만, 나중에는 크레토스와 함께 움직이며 결국 오딘과 싸우는 최종전과 엔딩 이후에도 동행하게 되는 조력자의 역할로 등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크레토스와 프레이야는 똑같이 신의 농간으로 가족을 잃어버리게 된 동질감을 형성하게 된 듯 싶다. 아들을 직접적으로 죽인 크레토스를 완벽히 용서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과 아들, 그리고 북유럽 신화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원흉인 전 남편 오딘에 대한 복수와 아스가르드를 향한 전쟁을 다짐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크레토스의 도움으로 떨어져 지냈던 오빠 프레이를 비롯한 옛 가족·친우들과도 만나고 그들과의 오해도 풀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프레이야에 대한 공감은 가지만, 그녀가 복수심을 푸는 방법에 대한 서사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복수라는 것은 아무리 원인이 간접적이여도 직접적인 원인이 앞에 있다면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는데, 프레이야의 태도가 엔딩 이후까지 크레토스 부자와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는 것이 아닌 빠르게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모습이 그려졌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프레이야는 나름 좋은 결말을 맞이했다. 오빠 프레이는 마지막에 자신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지만 가족이나 다름없는 나머지 바니르 신족은 목숨을 구했으며, 발키리들을 이끌던 여왕으로서의 위치도 되찾았고 과거 그녀가 몸담았던 아스가르드의 에시르 신족 역시 바니르 신족과 함께 하게 되었다. 이후 후속작이 나온다면 재등장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 싶다.

죽은 형인 브룩의 장례를 치르기 전 인사하는 동생 신드리. [사진=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게임 화면 캡쳐]
죽은 형인 브룩의 장례를 치르기 전 인사하는 동생 신드리. [사진=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게임 화면 캡쳐]

신드리의 아쉬운 서사

또 다른 중요한 조연이자 크레토스 부자의 조력자였던 중 하나였던 대장장이 드워프 브룩과 신드리 형제도 안타까운 결말을 맞았다. 이번작에서 브룩의 파란 피부는 사실 한번 되살아난 부작용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결국 오딘의 손에 브룩이 사망하면서 영혼마저 소멸하게 된다.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신드리가 아트레우스의 티르 흔적 탐색을 도운 것이다. 브룩이 죽은 뒤 신드리는 아스가르드와의 전쟁에서 크레토스 부자와 선봉에 섰는데, 여기서부터 기존의 소심한 말투는 온데간데 없고, 말 끝마다 날이 서있다. 어찌보면 거의 울기 직전인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트레우스를 도운 것에 대한 후회와 원망이 가득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신드리는 오딘의 영혼이 갇힌 영혼석을 깨 망치로 깨부수어 복수를 실행한다. 그 뒤 브룩의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어딘지 모르게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표정이다. 브룩의 장례를 치른 이후에도 쓸쓸한 뒷모습을 남기면서 사라져버리고 만다. 

개인적으로 신드리의 서사는 조금 더 진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게임의 정식 엔딩 이후 다른 인물들의 후일담은 조금씩 드러남에도, 신드리는 브룩의 장례식으로만 표현될뿐 자신의 스토리에서 매듭을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갓 오브 워의 북유럽 이야기도 이번 작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신드리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던 개인으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 신드리가 다음 작품에 다시 얼굴을 내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게임의 정식 엔딩은 크레토스와 프레이야, 미미르는 파괴된 아스가르드를 제외한 나머지 세계들을 재건하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고, 아트레우스 역시 자신만의 길을 떠났기 때문에 이들과의 관계를 쌓고 있는 신드리라면 언젠가 반가운 얼굴로 다시 등장할지도 모른다. 다음 작에서도 익숙하고 친근한 얼굴들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소비자경제신문 권찬욱 기자

게임의 엔딩 장면 [사진=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게임 화면 캡쳐]
게임의 엔딩 장면 [사진=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게임 화면 캡쳐]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