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노린 사기성 중복 반도체 사업 부지기수
화웨이가 쏘아올린 미국의 ‘대중제재’… 뭐 하는 회사이기에
세컨더리 보이콧에 반도체 생산 차질…관계자 曰 “망하진 않아”
中, 세계 기초과학 논문 점유율 1위 바탕 30년 뒤 혁신 가능

일반적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 반도체 업계를 위협이라고 많이 느끼기는 하나 보통 중국 반도체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른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는 중국 반도체 업계를 들여다 보았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장 경계를 할 중국 반도체영역은 메모리 반도체다.

중국에서 지금 메모리 반도체 쪽으로 가장 앞서가고 있는 회사로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이하 양쯔메모리)가 있다. 양쯔메모리는 3D 낸드 플레시 메모리를 잘 만드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3D 낸드를 치중하는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를 가지고서 기술 격차를 단순하게 간략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수율은 무시되기 부지기수여서 내실을 따지기 어려운 형국이다.

중국 입장에서 반도체 사업은 국가 사업이기에 돈이 얼마가 들던지 간에 주어진 기간 내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권석준 교수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시기는 후진타오 주석 시절 11차 경제 5개년 계획을 집행하던 2006년부터”였다며 “중국이 천인계획이라는 인상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천인계획(Thousand Talent Program)은 중국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1990년대부터 시행된 해외 유출 인재 재확보 계획인 백인계획의 후속 프로그램이다.

소비자경제신문은 권석준 교수의 저서 ‘반도체 삼국지’를 통해  중국 반도체 굴기의 발자취를 따라보고자 한다. 

대만 TSMC 출신 반도체 업계 거물인 장상이[사진=연합뉴스]
대만 TSMC 출신 반도체 업계 거물인 장상이[사진=연합뉴스]

불안한 중국 내부 반도체 중복·사기 사업

중국이 얼마나 반도체 산업양성에 돈을 많이 쏟아 부었는 지, 중복 투자가 많았는 지 관련한 일화로는 중국 정부로부터 2조 66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착복한 것을 비롯해 투자금 약 22조 2600억원(1280억위안)을 확보한 뒤 어느 순간 줄행랑을 한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우한훙신(HSMC) 설립자 리쉐옌 사례가 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맹목적인 열기로 인해 출신 배경이 잘 알려지지 않은 리쉐옌이라는 사기꾼에게 중국 정부가 놀아난 것이다.

HSMC는 EUV(극자외선) 노광(lithography) 장비 세계 1위제조사 ASML과 장비 계약을 미리 해둔 게 있을 뿐더러 공장 부지를 보유, 생산 라인을 설치 중이라고 중국 지방 정부와 투자회사들 로부터 1280억 위안(한국 돈 약 22조 2600억원)을 투자 받았다고 발표하며 중국 반도체 업계에 등장했다. 리쉐옌은 TSMC 최고운영자를 했던 장상이를 CEO로 데려 오기도 했다.

그러나 HSMC 사건은 중국 정부 보조금을 노린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2020년 8월 HSMC가 자금난으로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중국에 보도됐고 그럼으로써 HSMC 실체가 대중에게 낱낱들이 밝혀졌다. 42만 4000제곱미터, 축구장 59개 크기 부지에는 세워진 건물이 3개 뿐이었고 현장 건설 업체 직원들은 임금이 8개월째 밀려있다고 하소연 했다. 반면 어느 순간부터 리쉐옌을 비롯한 공동 창업자들은 행적을 감췄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굴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조사를 조금만 했었더라면 터무니 없는 사기는 막을 수 있었기에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런 사기성 사업 케이스가 2010년대 들어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하이테크 첨단 사업, 특히 반도체 굴기 곳곳에 암초처럼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큰 뇌관이 부동산도 있을 뿐만 아니라 그거 하고 맞먹을 정도의 경제 거품 중하나가 반도체”라며 “투자가 많이 일어났고 빛을 냈는데 이중 장부도 아니고 몇 중 회계가 있는지 아무도 모르기에 중앙당에서 파악하는 빚과 지방 정부에서 실제 진 빚, 투자자들이 회수해간 빚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중앙정부가 공개하지 않아서 라는 설명이다.

이어 권 교수는 “반도체 굴기가 돼야 시진핑 주석의 정통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반대로 반도체 굴기가 실패하면 정권의 근거가 사라질 수 있기에 중국 반도체 산업은 죽으면 안 되는 산업이다”고 강조했다.

중국 선전시 화웨이 본사[사진=연합뉴스]
중국 선전시 화웨이 본사[사진=연합뉴스]

화웨이, 넌 정체가 뭐냐

중국 반도체 기술 굴기가 부딪힌 장벽은 중국 내부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도 있다. 2020년 초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고 그 해 9월 15일부터 제재가 실행되고 있다.

권 교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삼성전자 매출 중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7조 3000억원으로 연간 매출 비중 3.2%다. 하이닉스는 의존도가 더 높다. 연간 매출 3조원이 화웨이로부터 발생하는데, 이는 전체 매출 11.4%에 달하는 비중이다.

화위기술유한공사(이하 화웨이)는 인민군 통신부대 장교출신 창업자 런정페이가 1988년 설립했다. 겉으로는 사기업이나 사실상 국영기업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가격 경쟁력과 높은 품질로 무장한 화웨이는 해외 시장을 계속 확대하며 2013년경에는 에릭슨을 제치고 통신장비 시장 1위업체가 됐다.

화웨이는 2000년대 초반 캐나다 업체 노텔의 기술 IP를 침해해 빠르게 최고 수준의 기술과 품질을 확보했다. 1895년 캐나다에서 창업한 노텔은 한 때 세계 최고수준 기술력을 가진 유서 깊은 회사였다. 노텔은 2004년에 이르러서야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 해커를 통해 제품 설계도와 각종 내부 기술 기밀 사항이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노텔의 조사 결과 화웨이가 생산하던 라우터의 핵심 코드 일부가 자사 소스코드와 동일했고 특허가 걸려 있던 자연어 처리 관련 알고리즘 역시 동일했다. 해당 문서가 모두 화웨이로 유출되었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으나 화웨이와 글로벌 시장이 겹쳤던 노텔은 동일한 기술 스펙을 내세운 화웨이가 가격을 저렴하게 내세움에 따라 수주경쟁에서 밀리면서 끝내 파산한다.

후발주자 화웨이가 1위가 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선진국 대비 낮은 임금 수준을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력과 무차별적인 기술 탈취가 있다.

미국은 중국의 해킹 시도를 주시하고 있다가 2019년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화웨이의 미국 내 비즈니스 효력을 정지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국적 기업이 아니더라도 미국 특허로 등록된 기술을 사용하는 제3국의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할 경우 미국이 그 ‘제3국 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권리(세컨더리 보이콧)’ 까지 가지게 하는 강력한 조치였다. 2021년 들어선 바이든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봉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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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제재로 인한 중국의 반도체 생산 차질

미국의 제재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이 부딪힌 가장 큰 문제는 반도체 생산이다. TSMC는 물론이고 해외 파운드리 회사와 거래가 불가능해져서 중국 내에서 생산업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2022년 6월 기준 중신궈지(SMIC)와 TSMC 간 기술 격차는 적게 잡아도 3년 정도 된다. TSMC는 EUV 기반 3나노 공정 샘플 생산을 시작했지만, 중신궈지는 7나노 공정 샘플 생산을 개시했다. 7나노 공정에서 활용된 노광장비도 극자외선(EUV)이 아니라 심자외선(DUV)을 활용해 멀티패터닝 기술을 적용했다.

2019년 5월 이래 미국의 무역 제재로 인해 미국산 제품·서비스 뿐만 아니라 미국과 거래하는 기업 제품·서비스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중신궈지는 EUV 없이도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의 수를 강화하고 있다. TSMC나 삼성전자 같은 업계 선두주자들이 상대적으로 덜 쓰고 있는 10나노 이상 공정 기반 파운드리 분야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통해 미국의 기술 제재를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권 교수는 “중국은 2024년까지 파운드리 라인을 31개로 확대하려고 하는데 이는 동일 기간 기준, 대만 19개와 미국 12개 라인 증설 계획을 합친 규모에 해당한다”며 “기술 세대(질)에서 뒤처지는 것을 생산 규모 확대(양)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국의 기술 제재가 느슨해질 경우 중국의 반도체 제조 산업은 뒤처진 기술 로드맵을 줄이기 위해 신규 장비 도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TSMC와 관계가 회복되면 중국의 팹리스 업체들은 중국 내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다시 TSMC의 3 ~ 2나노 공정 기반 고부가가치 칩 생산을 시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TSMC와 중신궈지의 창업자들은 미국 반도체 회사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오랜 시간 같이 근무했고 중신궈지 창업자가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휘하에서 부하 직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지금으로서는 미국의 제재 때문에 TSMC가 눈치를 보며 중신궈지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지만 미국의 제재가 느슨해지면 두 회사는 과거와 같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EUV 시장에서 ASML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85~90% 수준이다. ASML은 네덜란드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서 피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900~1000여 개에 달하는 EUV 장비 부품 중 대략 20~30% 정도가 미국 코네티컷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ASML도 중국에 자사 노광 장비를 수출할 수 없다.

중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반도체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패터닝 기술을 중국 내에서 확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EUV가 없으면 10나노 이하로 패터닝 정밀도가 높아질 수 없다. 현재 14나노 공정이 최선인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가 EUV를 갑자기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중국이 현재 10나노 이하의 초미세 공정으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EUV 노광 장비 때문이다.

중국은 반도체가 국가 단위의 기관 산업화 돼버렸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을 죽일 수는 없다. 이미 반도체 산업에 돈이 수백조원 이상 쏟아 부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발을 빼기도 어려워진 셈이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제재하고 기술을 통제해도 중국은 반도체를 양보할 의향이 없어 보인다.

권 교수는 “중국은 현재 자국 반도체 자급률이 여전히 20%가 안 되고 있기에 이를 적어도 50%까지 늘리기 위해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소재 부품 장비 부문에서 자급률이 높아져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EUV 장비 통제가 되겠다. 노광 기술은 집적 회로 제작 시 실리콘칩 표면에 만들고자 하는 패턴을 빛으로 촬영한 수지를 칩 표면에 고정한 후 화학 처리나 확산 처리하는 기술을 뜻한다.

EUV 노광 장비가 없으면 10나노 이하 정밀 패터닝이 불가능해 10나노 이상 반도체 칩만 생산 가능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일본 등은 미국의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인해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부품 뿐만 아니라 관련 유지보수 인력도 중국에서 철수해야 하는 게 중국입장에서는 뼈아프다. 유지 보수 인력이 없으면 감가상각 속도도 2배이상 빨라져 장비 교체 주기도 더 앞당겨 진다.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쉽게 망하리라고 보지 않는다. 내수 시장이 세계에서 제일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반도체 공급망과 단절이 되더라도 산업이 쇠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드물다.

중국과학원 연구진[사진=연합뉴스]
중국과학원 연구진[사진=연합뉴스]

중국, 세계 기초과학 논문 점유율 1위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내용은 중국 반도체 연관 기초과학 물리화학이나 재료과학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 중국은 천인계획 성과가 나타난 2015년 이후 기초과학 경쟁력이 꾸준히 강화되며 논문의 양적, 질적 측면이 미국에 비견되는 수준을 갖춘 것으로 영국 학술지 네이처가 2021년 공개한 ‘네이처 인덱스 2021 아시아태평양’ 보고서에 의해 밝혀졌다.

기초과학 연구 논문 점유율도 그렇고 인용이 많이 되는 논문 점유율도 따져보면 중국이 1등이 된 지 오래됐다. 이러한 논문 가운데 한 개라도 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중국은 차세대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권 교수는 “EUV가 연구 논문으로 나온 게 1987년이고 ASML이 본격적으로 공학적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처음에 개념을 보여준 게 2000년대 후반,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게 2012년으로 13년 정도 시점을 잡는다”며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계속 견뎌내면서 현재 수준 기초과학 투자를 유지하면 30년 후에는 어떤 혁신이 나올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단, 30년 후인 2050년 즈음 그 당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과 격차가 너무 날 경우 중국이 혁신을 창출한다고 해도 반도체 산업이 세계 반도체업계와 괴리가 있어 갈라파고스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시선도 공존한다고 소회를 덧붙였다.

[사진=문재호 기자]
[사진=문재호 기자]

소비자경제신문 문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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