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우리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과 면접을 보게 되면, 자동차학과 지원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귀결된다. “저는 어려서부터 조립식 장난감이나 자동차를 좋아해서~”, 또는 “저희 아버지(혹은 삼촌)이 카센터를 운영하고 계셔서~”, 이렇게 두 가지 사유가 가장 많다. 그래서 필자는 면접 학생이 100명을 넘어가게 되면서 지루해지는 순간, “자동차학과 지원동기를 이야기 하세요, 단, 어려서부터 자동차가 좋아서, 혹은 아버지나 삼촌이 카센터를 운영하고 계셔서, 라는 이유는 빼고 말하세요.”라고 이야기 한다. 순식간에 면접 대상자인 고등학교 졸업생은 얼굴이 허옇게 얼어붙으면서 말문이 막히는 것이 대부분의 상황이다.

서론이 길어졌다. 이렇게 남들 골탕 먹이기 좋아하는 필자도 결국은 본 칼럼을 시작하면서 서두에 ‘평소 자동차를 좋아하는 필자는~’이라고 썼다가 고민한 후 지웠다. 다시 시작하겠다.

평소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기 좋아하고, 간단하면서도 최소한의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필자는, 차 내부에 먼지 혹은 불쾌한 냄새나 과도한 인공향이 난무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필자 주변의 대부분 사람들은 필자의 차를 처음 타면서 맨 처음 하는 말이, “지난달에 차 뽑았어요?” 라는 질문이다. 실은 출고한지 3년이 넘었는데도 말이다. 떨어진 빵도 주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 털고 닦고 관리하던 필자가 최근 끔찍한 소식을 들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코일매트 대부분이 PVC를 주원료로 제작된 저가형 수입품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라는 생각에 국내에서 제일 큰 애프터마켓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에 문의해서 제품이 있는지 물었다. 대답은 충격적이게도 저가형 수입품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었고, 최근에는 생산중단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여러 곳에서 목격된다. 필자 지인이 인천 남동공단에서 실리콘 가공 공장을 운영했었다. 과거형으로 표현한 것에서 이미 감지했겠지만, 저가형 중국산으로 인해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주 제품은 실리콘 도마, 냄비 받침대 및 냄비 손잡이였다. 특히나 뜨거운 냄비를 양손으로 잡을 때 사용하는 실리콘 손잡이는 냄비 속 뜨거운 국물에 일부가 잠기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고온에서 유해물질이 분비되지 않는 재질로 제작되어야 하는데, 전문가 이야기로는 좋은 원료를 사용할 경우 생산 원가가 2000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산 제품은 1000원 미만으로 수입되고 있어서, 도저히 소비자 가격에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일부 제품의 경우 생산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이 사진은 칼럼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 사진은 칼럼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본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자동차용 매트에 사용된다는 PVC의 경우 원래 PVC 파이프와 같이 성형 시 딱딱한 형태로 제작되는 재질이기 때문에 매트 등 유연성이 필요한 바닥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질의 물성을 부여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가소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저가형 PVC의 경우 가소제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사용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물질에 따라 유해성이 있어 사용 제한에 대한 규제가 있으며 특히, 성장기 어린이가 접하게 될 경우 호르몬 교란, 뇌 발달 저해, 주의력 결핍과 과잉 행동장애 등 치명적 장애를 겪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PVC 소재가 차량용품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인데, 차량 화재 시 염소 가스가 발생하여 흡입독성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화재 발생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닐 경우라도, PVC 소재를 배제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운전하면서 늘 피부와 접촉하는 핸들커버의 경우도 법적으로는 PVC 소재에 대한 규제가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018년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재 함량을 0.1%로 규제할 예정이었는데, 당시 제품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기준치를 2배~100배 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이라고 칭하며 판매하는 제품들의 경우도 상판에서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하판에서는 일부 검출되었다.

결론적으로 유해성 프탈레이트 사용에 대해 전체 생활용품에 대해 사용금지나 함량규제를 하고 있지는 않다. 문제는 언제라도 코일매트와 같이 프탈레이트가 포함된 제품이 우리 주변에 다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칼럼을 읽은 후 본인 차량에 사용된 각종 플라스틱 제품이 몇종이나 되는지 체크해 보기 바란다. 그 중 얼마나 많은 제품이 저가형 수입 케이싱을 사용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환경호르몬 노출 총량제’ 개념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최근 집과 직장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차량 내부이다. 특히 고령층과 아이들을 포함한 건강 취약 혹은 민감 연령대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유해성 프탈레이트가 포함된 PVC와 같은 소재는 자발적으로 차량용 내장재로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관련 당국은 서둘러 규제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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